갈대 속의 영원
🔖 알렉산드리아는 그 출발점이었다. 그곳에선 왕의 돈과 학자들의 노력으로 엄청난 작품을 보호하고 지켜냈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은 부서지기 쉬운 책의 내용이 후대의 자손들이 삶을 이해하는 데 필요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아주 허무한 것들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그들은 고대의 역사와 전설과 이야기와 시는 죽음을 거부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증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현자들의 위대한 독창성은 과거에 대한 사랑에 있지 않다. 그들을 선각자로 만든 것은 잉크와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따라서 망각의 위협에 놓인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메데이아』가 수 세기에 걸쳐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야기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손에 이를 때까지.
그리하여 우리의 저항을 일으키고, 때로 어떤 진실은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일깨우고, 우리의 가장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우리가 진보의 자녀라는 지위에 너무 오만해질 때마다 찬물을 끼얹어줄 수 있도록, 그 이야기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들은 처음으로 미래의 권리, 즉 우리의 권리를 숙고한 사람들이었다.
🔖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어둠을 몰아내고, 이야기를 통해 혼돈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고, 언어의 공기로 모닥불을 부채질하며, 낯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수천 년 전에 태어난 픽션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운 점이 있다. 누군가가 최초로 『일리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후로 트로이 해변에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는 결코 잊히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2만 년 전의 고대 사회학자라면 신화가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란 무엇인가? 그건 말의 연속체이다. 폐를 떠나 후두를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이 성대에서 진동하고 혀가 입천장, 치아, 입술을 어루만지며 최종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깨지기 쉬운 것을 구해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인류는 글과 책을 발명함으로써 절대적 파괴에 맞섰다. 그 발견 덕분에 타인과 만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생성됐고 사상의 기대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책에 대한 사랑은 신비롭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만들어냈으며, 세월을 따라 훌륭한 이야기와 꿈과 사유의 보물을 구해냈다.
이 글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음유시인, 발명가, 필사가, 도안가, 사서, 번역가, 서점 운영자, 노점상, 선생, 현자, 스파이, 반역자, 여행자, 수녀, 노예, 모험가, 인쇄업자가 만들어낸 놀라운 집단적 모험이자 신비로운 충성심으로 단결한 그들의 가려진 열정이다. 사교 클럽에서, 집에서, 요란한 바다에 인접한 산봉우리에서, 에너지가 집중된 도시에서, 혼돈의 시기에 지식의 피난처가 된 외딴 지역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잊힌 사람들. 익명의 사람들. 그들 모두가 우리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투쟁했다.